근로계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무단퇴사 시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한다”거나 “퇴사 30일 전에 통보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문구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미 해당 내용이 적힌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면 더욱 걱정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면 정말 회사에 돈을 지급해야 하는지,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에 손해배상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가 정해진 금액을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근로자가 아무런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근로계약서가 퇴사를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근로자의 행위로 실제 발생한 손해에 관한 문제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2026년 9월 기준 관련 법령을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근로계약서에 이런 문구가 있다면 확인해야 합니다
사업장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음과 같은 형태의 특약을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사전 통보 없이 퇴사할 경우 100만원을 배상한다.”
“최소 근무기간을 지키지 않고 퇴사하면 한 달 급여를 회사에 지급한다.”
“퇴사 30일 전에 통보하지 않을 경우 급여에서 손해배상금을 공제한다.”
“무단퇴사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근로자가 배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법적으로는 문구의 내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퇴사했다는 사실만으로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부담시키는 조항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금지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근로계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미리 정해 놓고 근로자를 묶어두는 방식에는 제한이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입사 후 1년 이내 퇴사하면 회사에 300만원을 지급한다.”
실제로 회사에 3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퇴사했다는 이유만으로 300만원을 지급하도록 정했다면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예정 금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일정 기간 근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제 손해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게 하는 약정은 근로기준법상 위약 예정 금지 규정에 반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했으면 무조건 지켜야 할까?
근로자가 직접 서명한 근로계약서라고 하더라도 모든 특약이 무조건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과 개별 조항의 법적 효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무단퇴사하면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에 근로자가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곧바로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실제 손해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위약금처럼 미리 정해 놓았다면 근로기준법 제20조를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적혀 있고 서명까지 했으니 무조건 유효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무단퇴사를 해도 손해배상 책임이 절대 없을까?
여기에서 많이 혼동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것은 근로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하는 계약입니다.
따라서 이 규정을 “근로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의 손해배상 문제와 “퇴사하면 무조건 300만원”처럼 손해액을 미리 정해 놓는 것은 구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퇴사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서에 적힌 100만원을 자동으로 지급하게 하는 것과, 근로자의 별도 행위로 회사에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해 회사가 그 책임을 주장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실제 사실관계와 손해 발생 여부, 인과관계 등을 개별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무단퇴사 손해배상은 무조건 무효”라고 단정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회사가 주장하는 금액이 곧 손해배상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갑자기 퇴사해서 5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곧바로 500만원의 지급의무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손해배상 문제가 실제 분쟁으로 이어진다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져야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직원을 채용해야 했다는 사정이나 업무가 불편해졌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원하는 금액을 자동으로 근로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계약서에 금액이 적혀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무엇을 근거로 어떤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퇴사 30일 전 통보”와 손해배상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근로계약서에는 흔히 “퇴사하려면 30일 전에 통보한다”는 문구가 들어가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두 가지 문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근로계약이 언제 종료되는지에 관한 문제이고, 두 번째는 30일 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미리 정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부과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의 경우 민법 제660조는 당사자가 언제든지 계약해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해지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와 민법 제660조에 따른 근로관계 종료 시점을 다룬 판례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30일 전 통보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문제와 “그 때문에 계약서에 적힌 100만원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문제를 동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이라면 확인할 부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6개월, 1년처럼 근로기간을 정해서 계약한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똑같이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민법 제661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각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발생했다면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정해진 근로자가 계약기간 중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경우에는 계약 내용과 퇴사 사유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근로계약서에서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사전에 예정하는 문제는 근로기준법 제20조와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무단퇴사하면 마지막 월급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구는?
손해배상 문제와 이미 일한 기간의 임금 문제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자가 갑자기 퇴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임금까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무단퇴사하면 마지막 월급을 포기한다”거나 “한 달 급여를 위약금으로 회사에 반환한다”는 형태의 조항이라면 단순히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의무근무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임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약정이 실질적으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것이라면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임금 지급 및 공제 문제는 계약 내용과 실제 정산 내역에 따라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먼저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해배상과 관련된 문구가 정확히 어떻게 작성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퇴사하면 100만원”처럼 금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회사가 어떤 손해를 주장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근로계약서의 특약을 근거로 정해진 금액을 요구하는 것인지, 실제 발생한 구체적인 손해를 근거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인지에 따라 검토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사직 의사를 전달한 문자나 이메일, 근로계약서, 근무표, 급여명세서 등 관련 자료도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손해배상 청구나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계약 문구 하나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관계기관이나 법률 전문가의 확인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단퇴사 손해배상 특약의 핵심 정리
“무단퇴사 시 손해배상”이라는 문구가 근로계약서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가 정해진 금액을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퇴사나 근로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100만원 배상”, “한 달 급여 반환” 등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은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위약 예정 금지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갑작스러운 퇴사와 관련해 실제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해서까지 근로자가 언제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손해배상”이라는 단어가 있는지가 아니라 해당 조항이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정하고 있는지, 실제 손해를 전제로 한 것인지, 일정 금액을 사전에 정한 위약금 성격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이러한 특약을 확인하고, 이미 서명한 경우에도 계약서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조항이 당연히 유효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기준 법령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기준법 제20조, 민법 제660조·제661조 및 관련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