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손해배상’이라는 비밀유지 조항은 어디까지 유효할까?

근로계약서나 별도의 보안서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비밀유지 조항을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는 업무 중 알게 된 회사의 정보를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

“회사 기밀을 외부에 유출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는 이를 배상한다.”

“퇴사 후에도 회사의 영업상 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정보나 거래처, 가격정책, 기술자료 등 중요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항일 수 있습니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알게 된 내용은 평생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되는 것인지”,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밀유지 조항 자체가 무조건 무효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기밀정보에 대해 합리적인 범위의 비밀유지의무를 정하는 것은 인정될 수 있고,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금지청구와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관한 모든 정보는 비밀이며 외부에 이야기하면 무조건 1,000만원을 배상한다”는 식의 조항까지 언제나 그대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2026년 9월 현재 법령과 관련 판례를 기준으로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이란 무엇일까?

비밀유지 조항은 근로자가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도록 정하는 계약 조항입니다.

근로계약서의 특약사항에 포함되기도 하고 별도의 비밀유지서약서, 보안서약서 등의 형태로 작성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정보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제조방법이나 기술자료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제품 개발정보

거래처 목록과 거래조건

원가 및 가격정책

영업전략과 사업계획

고객 관련 자료

내부 시스템이나 기술에 관한 자료

다만 회사 내부에서 만들어진 자료라고 해서 모든 정보가 법률상 동일한 수준의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정보를 보호하려는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회사 내부정보는 전부 ‘영업비밀’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판매방법 및 그 밖의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회사가 문서 위에 “대외비”라고 표시했다고 해서 모든 내용이 자동으로 법률상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미 회사 홈페이지나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 내용이라면 비공지성 여부부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제조공정이나 핵심 기술, 중요한 거래조건 등 경제적 가치가 있고 회사가 실제로 비밀로 관리하는 정보라면 영업비밀로 보호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정보의 내용과 관리상태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근로자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지켜야 할까?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비밀유지 약정이 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명시적인 비밀유지계약이 없다고 해서 근로자가 회사의 영업비밀을 아무렇게나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종업원이 재직 중 취득한 영업비밀에 대해서는 고용계약의 취지상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 특별한 신뢰관계에서 제공된 영업비밀이라면 명시적인 퇴직 후 비밀유지약정이 없더라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퇴직 후에도 합리적인 범위의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비밀유지 조항이 계약서에 있는지 여부만으로 모든 판단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퇴사하면 비밀유지 의무도 끝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근로계약 자체는 퇴직으로 종료되지만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까지 항상 퇴직과 동시에 사라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근로자가 재직 중 특별한 신뢰관계를 통해 핵심 기술이나 중요한 영업비밀을 취득했다면 퇴직 이후의 사용이나 공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특별한 신뢰관계에서 영업비밀을 제공받은 근로자의 경우 합리적인 범위에서는 퇴직 후에도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하면서 회사의 핵심 제조기술 자료를 가져가 경쟁업체에서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라면 단순히 “이미 퇴사했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회사 정보를 공개하면 무조건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이 부분은 비밀유지 조항을 볼 때 특히 중요합니다.

회사의 영업비밀을 실제로 침해했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11조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해 손해를 입힌 사람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회사의 핵심 기술자료를 외부로 반출했습니다.

경쟁업체에 해당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경쟁업체가 이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회사에 실제 영업상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외부에 이야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계약서에 적힌 모든 손해배상 금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보 유출 시 1,000만원 배상’이라고 미리 정해두면 어떨까?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근로자가 회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경우 실제 손해액과 관계없이 회사에 1,000만원을 배상한다.”

이러한 조항은 단순한 비밀유지의무와는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를 정하는 것과 “그 의무를 위반하면 실제 손해와 관계없이 무조건 1,000만원을 낸다”고 사전에 금액까지 정하는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회사가 실제 영업비밀 침해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과 근로계약 위반을 이유로 일정한 금액을 벌금처럼 미리 정해놓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에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는 문구는?

다음과 같은 문구도 근로계약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 손해를 배상한다.”

이 문구는 앞서 본 “위반 시 무조건 1,000만원”이라는 조항과 구조가 다릅니다.

실제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어 손해가 발생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계약서에 “모든 손해를 배상한다”고 적혀 있다고 해서 회사가 주장하는 금액이 곧바로 확정된 손해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어떤 정보를 공개했는지, 해당 정보가 보호 대상인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 또는 공개했는지,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회사에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등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에서 ‘무엇이 비밀인지’도 중요합니다

비밀유지계약을 볼 때는 비밀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두 계약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회사의 모든 정보를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

“근로자가 업무상 취득한 미공개 기술자료, 고객정보, 거래조건 및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는 영업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거나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문구가 어떤 정보를 보호하려는 것인지 상대적으로 구체적입니다.

실제 계약의 효력을 판단할 때도 단순히 “회사 정보”라는 표현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호 대상 정보의 내용과 성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공개된 정보도 비밀유지 조항으로 막을 수 있을까?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려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와 회사가 제한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미공개 내부정보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제품 가격을 근로자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줬다는 사실과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차기 제품의 원가자료를 경쟁사에 넘긴 상황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이 있다고 해서 세상에 이미 공개된 모든 회사 관련 사실이 법률상 영업비밀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퇴사하면서 회사 자료를 개인 이메일로 보내도 될까?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자가 직접 작성한 자료라고 하더라도 업무 과정에서 회사의 자원과 정보를 이용해 만든 자료라면 자유롭게 개인적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고객명단, 가격표, 원가자료, 기술자료, 개발문서 등을 개인 이메일이나 USB 등에 저장해 퇴사한 뒤 사용하는 경우에는 비밀유지의무나 영업비밀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이를 사용·공개하는 여러 유형뿐 아니라 계약관계 등에 따라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를 사용·공개하는 행위도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퇴사 전에는 업무자료를 개인적으로 가져가도 되는지 더욱 신중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밀유지와 경업금지는 같은 것일까?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비밀유지 조항은 회사의 특정한 비밀정보를 사용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반면 경업금지 조항은 퇴사 후 일정 기간 경쟁회사에 취업하거나 같은 업종의 사업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 두 문장은 의미가 다릅니다.

“퇴직 후에도 회사의 영업비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퇴직 후 2년 동안 동종업계 회사에 취업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정보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두 번째는 근로자의 퇴직 후 직업 활동 자체를 제한합니다.

따라서 비밀유지약정이 유효하다고 해서 광범위한 경업금지 조항까지 당연히 유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유지 기간을 ‘영구적’으로 정하면 무조건 유효할까?

비밀유지의무의 기간도 구체적인 정보의 성격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퇴직 후의 비밀유지의무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직업선택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합리적인 범위인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퇴직 근로자의 비밀유지의무를 언급하면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신의칙상 합리적인 범위를 기준으로 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 해당 정보가 공개되거나 경제적 가치를 상실하는 등 정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영구적으로 비밀을 유지한다”는 표현이 있다고 해서 모든 회사 관련 정보를 평생 동일한 수준으로 비밀로 취급해야 한다고 단순하게 해석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밀유지 조항에 서명했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근로계약서나 보안서약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있다면 우선 어떤 정보를 비밀로 정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처럼 지나치게 포괄적인지, 아니면 기술자료·고객정보·가격정책 등 구체적인 보호대상이 정해져 있는지 살펴봅니다.

다음으로 비밀유지 기간을 확인합니다.

재직 중에만 적용되는지, 퇴직 후에도 적용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손해배상 조항도 중요합니다.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지, 아니면 위반하는 순간 실제 손해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밀유지와 함께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히 회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과 퇴직 후 경쟁회사 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손해배상’ 조항의 핵심 정리

근로계약서에 “회사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손해배상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해서 해당 조항 전체가 무조건 무효인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영업비밀이나 보호할 가치가 있는 기밀정보에 대해 근로자에게 합리적인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고의 또는 과실로 영업비밀을 침해해 회사의 영업상 이익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며, 회사는 침해행위의 금지나 예방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무제한으로 비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실제 손해와 관계없이 무조건 1,000만원을 지급한다”처럼 근로계약 위반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놓은 형태라면 별도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위약 예정 금지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비밀유지 조항을 볼 때는 네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떤 정보가 비밀인지, 실제로 비밀로 관리되고 있는지, 근로자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했는지, 손해배상액이 실제 손해를 토대로 한 것인지 아니면 계약서에서 미리 정해놓은 벌금 성격인지입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 이야기를 외부에 하면 무조건 손해배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실제 특약의 내용과 보호하려는 정보의 성격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현재 시행 중인 법령과 공개된 판례를 기준으로 작성한 일반적인 정보입니다. 개별 비밀유지약정의 효력과 손해배상책임은 계약 내용, 정보의 성격, 관리방법, 공개 경위 및 실제 손해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10조·제11조 및 관련 대법원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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